국내 대학 정시모집에 ‘통합 선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통합 선발은 대학이 문·이과 계열에 상관없이 신입생을 자유전공으로 뽑는 것을 말한다. 대학가에선 머지않아 통합 선발이 정시모집 선발방식의 전형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입시 파격’을 선택한 대학은 한성대와 이화여대다. 한성대는 당장 2017학년도 정시모집 때부터 통합 선발을 시행한다. 국내 4년제 대학 중 처음이다.
17일 한성대에 따르면, 2017학년도 정시모집 선발 인원은 총 404명이다. 이 중 예체능 계열(66명)을 제외한 338명이 학부·학과·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다. 사실상 자유전공인 셈이다.
2017학번 신입생들은 1년간 전공 탐색 기간을 갖는다. 2학년 때엔 40여 개 학부와 트랙(전공별 세부 단위) 중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을 정한다. 각 학부·트랙엔 정원 제한도 없다.
이화여대는 국내 4년제 대학 중 가장 먼저 정시모집 통합 선발 도입을 선언했다. 지난달 2018학년도 입시안을 공개하면서, 이 같은 선발 방식을 발표했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201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생 408명이 자유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 이는 2018학년도 모집정원(3009명)의 13.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정부가 입학 정원을 관리하는 의과대학과 사범대학, 예체능 전공을 제외한 정시 합격생 전원을 자유전공으로 뽑는 셈”이라고 했다.
커리큘럼은 한성대와 비슷하다. 신입생들은 1년간의 전공 탐색 기간을 갖고, 2학년 진학 후 41개 전공 가운데 희망 전공을 택하는 식이다.
특히 이화여대는 '인기 학과 쏠림 현상'에 대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른바 ‘유동 정원제’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특정 학부·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적거나 많을 경우, 이듬해 입시에서 해당 학과의 수시 정원을 줄이거나 늘려 정원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대학 입장에선 통합 선발로 얻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두 대학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주상 한성대 기획협력처장은 “통합 선발로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면, 각 학부·트랙에선 자연스레 학생 유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트랙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학생들이 취업률 높은 전공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레 사회 수요를 반영한 학사 구조 개편도 이뤄질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남궁곤 입학처장은 “전공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보니, 정시 합격선·경쟁률 상승이 예상된다. 덕분에 대학의 입학 경쟁력은 향상되고, 위상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학가에선 이르면 2019학년도 정시모집 때부터 이러한 흐름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현재 이른바 비인기 학과 혹은 취업률 낮은 학과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두 대학의 ‘입시 실험’이 자리를 잡는 2019학년도쯤엔 많은 대학이 통합 선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