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말 ‘괜찮아’… 있는 그대로 사랑
해주세요”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2016.04.04 11:20
◇엄마의 만족감은 미지수… 끝없는 '공부' 스트레스
중학생들의 고민 가운데 가장 큰 건 역시 '공부'다. '성적' '학원' 등 공부에 얽힌 불만이 가장 많다. 대다수 중학생이 밤 10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11시쯤 돼서야 귀가한다. 그러고 나서도 학교 숙제와 수행평가, 학원 과제를 마쳐야 겨우 잘 수 있다.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해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황규택(서울 남성중 3)군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고, 어떻게든 더 놀려고 하는 것은 쉴 곳이 학교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또래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 '십대가 진짜 속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펴낸 정윤경(평택 안일중 2)양 역시 "지금도 힘든데, 어른들은 '고등학교 가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때는 더 많이 공부했다'고 얘기한다"며 "그러면 '여기서 얼마나 더 힘들어진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고 했다. "사실 학원을 많이 다니는 건 이제 적응이 됐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이 복습보다는 선행이 많으니까, 공부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해도 못 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학원에 계속 앉아 있으려니 그게 더 힘든 거예요."생각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시험 성적 때문에 야단이라도 맞으면 더 속상하다. 정서우(서울 광신중 2)양은 "주위 친구들을 보면 시험을 잘 보려고 학교·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한다"며 "우리가 노력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알아주지 않을 때 가장 서운하다"고 했다. 게다가 몇 점을 받아야, 혹은 몇 등을 해야 부모가 만족하는지도 미지수다. 정윤경양은 "제가 7개 틀린 시험에서 2개밖에 안 틀린 친구가 '엄마한테 혼나겠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봤다"며 "대체 얼마나 잘해야 부모님이 만족하실지 모르겠다는 게 우리 마음을 더 답답하게 한다"고 했다. "물론 저희가 잘못하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어른들이 저희에게 조금 너그러워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 어린 저희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거든요. 저희도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아요. 다만 어른들이 너무 몰아붙이니까 더 하기 싫어지는 거예요."
◇꿈 강요하는 사회… 꿈 없는 아이는 불안하다
고교·대학 입시가 변하면서 요즘은 '일찍 꿈을 찾아 준비해야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정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중학생 가운데 확고한 꿈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가현(서울 남성중 3)양은 "친구들에게 꿈을 물으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하는 아이가 꽤 많다"며 "지금 중학생들은 눈에 보이는 직업 외에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알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계속 '꿈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희망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은 자기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뚜렷한 꿈이 없다고 해서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정서우양은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명확한 꿈을 말하지 않더라도,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자주 얘기한다"며 "학생들에게 여유 시간과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더 주어지면 꿈을 찾는 아이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꿈이 있으면서도 어른 앞에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기 꿈에 대한 확신도 없는 데다 자신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꿈을 말했을 때 누군가 자신을 비웃을까 봐 불안하기도 하다. 정윤경양은 "자신도 꿈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들이 '그걸로 먹고살 수 있겠냐'고 말하면 아이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마음속 꿈과 남 앞에서 얘기하는 꿈이 다른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이들은 고민이 있어도 부모에게 얘기하기를 꺼린다. 그 이유의 하나는 얘기했을 때 부모 반응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그까짓 일로 뭘 고민하느냐"는 식의 대답이다. "사회생활을 하시는 어른들 눈에 저희 고민은 정말 사소해 보일 거예요. 저희에게는 정말 심각한 고민인데 '별거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니까, 속상하고 서운할 때가 있어요."(최가현) "부모님과 얘기할 때 부모님이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친구들도 꽤 많아요. 대화하자고 해놓고 정신은 온통 집안일 등 다른 데 집중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황규택)이와 반대로 사소한 일로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할까 봐 얘기하지 않기도 한다. 남궁지원(서울 남성중 3)양은 "중학생들은 사실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며 "그래서 어지간한 고민은 친구와 의논하고,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중학생들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괜찮다'는 위로다. "시험 성적이 나빴을 때, 부모님께서 '다음에 잘하면 된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가신 적이 있어요. 그게 오히려 저한테 위로가 되더라고요."(정서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부모님에게 듣고 싶은 말 1위로 '괜찮아'를 꼽는 친구가 가장 많았어요. '사랑해' '수고했어' 등도 나왔고요. 부모님께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다는 뜻이죠. 제 친구 중에는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 건지, 공부 잘하는 나를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는 부모님께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원합니다."(정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