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명확하면 명문대 합격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재국 명덕고등학교 교사(진로상담)
김재국 명덕고등학교 교사는 1981년 고려대 교육학과에 입학해 1988년부터 윤리교사로서 교직에 몸담아왔다. 이후 2011년 국내 최초로 진로상담교사제도가 생기면서 진로교사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교사는 진로교사 활동 이전에도 3학년 담임교사, 학년부장, 진학부장 등 입시 관련 직책을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하지만 진로교사 교육을 받으면서 그간의 진로방법에 많은 반성을 했다. ‘진학’보다 ‘진로’가 학생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에 김 교사는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진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진로는 교사-학생-학부모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김 교사가 올바른 진로설정을 위해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다. “단순히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이유로 자신의 진로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자존감을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자존감의 향상은 올바른 진로설정과 더불어 성적향상과 건전한 학교생활로 이어진다. 또한 인성문제, 자살문제까지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진로능력 향상을 위해서 학생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자신의 학교에 있는 진로교사와 상담을 자주 나누는 것이 필수다. 여기에 개인적인 노력도 진로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자기 인생 전반의 로드맵을 설정하고 학습계획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들을 설정 및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부모 또한 진로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학부모들은 진로보다는 진학에 치우쳐 있습니다. 하지만 진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필요하다면 기대치도 다소 낮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교사가 생각하기에 학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교사보다 학부모다. 학생이 자라온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즐겁고 열정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관찰 결과를 진로교사와 상의해보고 자녀의 올바른 진로설정에 도움을 줘야 한다.
진로가 명확하면 서울대도 가능하다
진로가 명확하면 명문대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김 교사는 자신의 제자였던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명덕고 입학 당시 반에서 7등 정도의 내신 성적을 갖췄다. 김 교사에 따르면 이 정도 등수면 서울 시내 대학에 간신히 진학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학생은 교육계통에 관한 진로가 명확했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김 교사에게 상담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진로가 분명한 학생이라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바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학생은 교내 활동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준비 및 참여했다. 교육계통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도 더욱 집중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도 존재한다.
한번은 국사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고서 한 권을 추천했다. 김 교사는 보통 교사가 추천하더라도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생은 국사 교사의 지나가는 말도 흘려듣지 않고 이 고서를 구해 정독했다. 책을 읽은 후에는 독후감도 작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독후감을 들고 국사 교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국사 교사는 학생에게 읽고 느낀 내용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추천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고서와 독후감 내용을 토대로 반 친구들에게 발표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교육계통과 연관된 다양한 활동을 함으로써 명문대로 입학할 수 있는 자질을 완성해갔다. 그 결과 평균성적은 떨어졌으나 전체적인 활동이나 열정이 높게 평가돼 서울대 교육학과로 진학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자신의 진로가 명확하고 연관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면 명문대 진학도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진로가 명확하더라도 성적이 낮아 고민인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사는 한 학생과의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생은 의사가 꿈인데 성적이 낮아서 꿈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의료 직종을 꿈꾸는지’를 물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의식하지 않는다면 의사 외에도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가 분명하다면 현재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찾고, 이후 꾸준히 노력해나가면 된다. 대학 하나로 모든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학생의 열정이 생활기록부를 완성한다
김 교사는 학교 생활기록부를 알차게 완성할 수 있는 노하우도 전수했다. “학생이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심어린 마음에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모습을 교사가 캐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시간에도 ‘대충 하는 학생’과 ‘이 청소가 학급에 왜 필요한지 생각하는 학생’의 차이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교사는 분명하게 기술해준다. 과제나 활동 또한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교사가 이를 확실하게 보조해 준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특히 앞서 서울대 합격생 사례에서 봤듯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자신과 관련 있는 활동 그리고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정보를 얻어 진로를 ‘가지치기’하라
학교 상담 외 학생들이 진로나 직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김 교사는 인터넷을 추천했다. “워크넷이나 커리어넷에 들어가 보면 직업 세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연관된 직업만 찾아도 자신의 진로 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수록 진로의 ‘가지치기’도 가능해진다. 김 교사는 “A라는 학과에 진학할 경우 A뿐 아니라 B, C, D 등 파생적인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본적인 목적은 변하지 않되 자신에게 맞는 진로로 수정할 수 있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결국 진로는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교사의 생각이다.
현재 고3 학생들은 곧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수능까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새로운 진로를 구축하고 방향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진로가 있다면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그동안의 활동과 학업성취도를 연계시키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진로교사나 부모와의 상담은 필수다. “그동안 공부한 것을 잘 엮어서 꾸미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생각한다면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내신 성적에 충실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