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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정리한 후 글 작성하는 연습… 고전 필사도 도움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조선에듀 기사 작성일 : 2016.12.19 04:43
수행 평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③글쓰기
쓰기는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평가 방식이다. 중학생 인터넷 강의 사이트 '수박씨닷컴'이 최근 회원 2219명을 대상으로 수행평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유형은 시험형(41%)이며, 그중에서도 서술 및 논술형(49%)을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교육부가 '학교생활 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 일부 개정안'에 따라 중·고교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글쓰기 평가 비중은 필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장 흔한 글쓰기 과제는 독후감이다.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란이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쓸 수 있어 과목별로 활용도가 높다. 사회 과목에서는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쓰라는 과제가 나오기도 한다. 학생 생활에 밀접한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중·고생에게 화장을 허용해야 하는가' '한여름에도 정해진 교복을 모두 갖춰 입어야 하는가' 등이다.
김용진 서울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국어 교사에 따르면 종류 불문하고 글쓰기 과제에서 학생들이 주로 감점을 받는 요인은 표절이다.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책 줄거리, 감상, 의견 등을 베끼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수업 중 쓰도록 하는 경우 제시간에 제출하지 못해 점수를 깎이기도 한다. 김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독특한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는데, 자신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고생에게 대단한 수준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사고 과정을 체계적으로 전개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쓰기 시작하면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흐름이 정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탄탄한 글을 쓰기 위해선 개요를 세우는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만점과 차점의 차이는 교사가 공지한 채점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지 여부에 있다. 정미선 서울 개원중 수석 교사는 "최근 수행평가는 객관성을 엄격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채점 기준을 사전에 공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컨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중심어가 다 있는가 ▲주제가 통일됐는가 ▲가치 있는 경험이 반영됐는가 ▲주제가 분명히 드러났는가 ▲인상적인 표현이 있는가 등이다. 정 교사는 "글을 쓴 뒤 이 기준에 맞춰 스스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현력도 중요하다. 최근 '글쓰기 기본기'(창비)를 펴낸 이강룡 전 EBSi 논술·글쓰기 강사는 "학생들 글을 검토하고 피드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구체적으로 쓰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강사는 "단순히 '좋았다' '아름다웠다' 등 결과적 표현만 쓰지 말고, '오늘 저녁 호수공원에서 노을을 보았는데, 하늘이 황금빛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다가 해 지기 직전에는 온통 보랏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신비로웠다'처럼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독자의 이해력을 높여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각 고교나 대학이 내놓은 권장 도서 목록은 평범한 고교생에게 다소 수준 높다는 지적이 있다. 김용진 교사는 "고교생은 중학생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하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사(筆寫)도 도움된다. 정미선 교사는 "좋은 글, 그중에서도 고전을 옮겨 써보면서 구조와 흐름을 체득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연습법"이라고 했다. 정 교사가 권한 고전은 군주론, 명심보감 등이다.
이강룡 강사는 좋아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글감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여러 일을 두루 하는 것보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더 풍부한 글감을 만듭니다. 재미있는 책을 여러 번 읽으며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흥미로웠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놓쳤던 멋진 장면을 찾아보세요."
개요 정리한 후 글 작성하는 연습… 고전 필사도 도움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조선에듀 기사 작성일 : 2016.12.19 04:43
수행 평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③글쓰기
쓰기는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평가 방식이다. 중학생 인터넷 강의 사이트 '수박씨닷컴'이 최근 회원 2219명을 대상으로 수행평가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유형은 시험형(41%)이며, 그중에서도 서술 및 논술형(49%)을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교육부가 '학교생활 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 일부 개정안'에 따라 중·고교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글쓰기 평가 비중은 필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장 흔한 글쓰기 과제는 독후감이다.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란이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쓸 수 있어 과목별로 활용도가 높다. 사회 과목에서는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쓰라는 과제가 나오기도 한다. 학생 생활에 밀접한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중·고생에게 화장을 허용해야 하는가' '한여름에도 정해진 교복을 모두 갖춰 입어야 하는가' 등이다.
김용진 서울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국어 교사에 따르면 종류 불문하고 글쓰기 과제에서 학생들이 주로 감점을 받는 요인은 표절이다.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책 줄거리, 감상, 의견 등을 베끼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수업 중 쓰도록 하는 경우 제시간에 제출하지 못해 점수를 깎이기도 한다. 김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독특한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는데, 자신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고생에게 대단한 수준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사고 과정을 체계적으로 전개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쓰기 시작하면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흐름이 정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탄탄한 글을 쓰기 위해선 개요를 세우는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만점과 차점의 차이는 교사가 공지한 채점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지 여부에 있다. 정미선 서울 개원중 수석 교사는 "최근 수행평가는 객관성을 엄격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채점 기준을 사전에 공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컨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중심어가 다 있는가 ▲주제가 통일됐는가 ▲가치 있는 경험이 반영됐는가 ▲주제가 분명히 드러났는가 ▲인상적인 표현이 있는가 등이다. 정 교사는 "글을 쓴 뒤 이 기준에 맞춰 스스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현력도 중요하다. 최근 '글쓰기 기본기'(창비)를 펴낸 이강룡 전 EBSi 논술·글쓰기 강사는 "학생들 글을 검토하고 피드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구체적으로 쓰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강사는 "단순히 '좋았다' '아름다웠다' 등 결과적 표현만 쓰지 말고, '오늘 저녁 호수공원에서 노을을 보았는데, 하늘이 황금빛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다가 해 지기 직전에는 온통 보랏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신비로웠다'처럼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독자의 이해력을 높여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각 고교나 대학이 내놓은 권장 도서 목록은 평범한 고교생에게 다소 수준 높다는 지적이 있다. 김용진 교사는 "고교생은 중학생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하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사(筆寫)도 도움된다. 정미선 교사는 "좋은 글, 그중에서도 고전을 옮겨 써보면서 구조와 흐름을 체득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연습법"이라고 했다. 정 교사가 권한 고전은 군주론, 명심보감 등이다.
이강룡 강사는 좋아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글감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여러 일을 두루 하는 것보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더 풍부한 글감을 만듭니다. 재미있는 책을 여러 번 읽으며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흥미로웠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놓쳤던 멋진 장면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