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DB
[전문가가 말하는 막바지 수험생 건강·컨디션 관리 백서]
드디어 ‘그달(月)’이 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있는 ‘11월’이다. 오늘(1일)을 기준으로 16일 뒤인 17일 ‘2017학년도 수능’이 치러진다. 수능을 코앞에 둔 이 시기엔 막바지 학습 내용 정리, 문제 풀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그동안 쌓아 온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줄 건강·컨디션 관리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수능 막바지 준비 기간 수험생 건강관리 백서’. 각 분야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아 정리했다.
◇수험생 건강관리 첫걸음… 스트레스·긴장 완화
수험생 건강관리의 핵심은 ‘스트레스 해소’다. 황희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장(건강증진센터장)은 “스트레스는 수험생 건강관리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면역력이 약화하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감기에 걸렸을 때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소화 기능도 약해져 급체나 소화불량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긴장 완화다. 황 과장은 “수험생들은 앞으로 남은 기간 틈틈이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해야 한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1부터 10까지 세며 숨을 들이쉬고 뱉고를 반복하거나 따뜻한 물로 짧은 시간 안에 샤워하는 것도 좋다. 여건이 되면 족욕이나 안마도 권한다.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도 틈틈이 하면 좋다”고 했다.
◇목 보호하고 마스크 착용…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부르지 않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만큼, 감기 예방은 필수다. 황 과장은 “감기 예방의 첫걸음은 터틀넥이나 목도리를 활용해 목을 보호하는 것이다. 목을 감싸면 체온이 오른다. 체온이 1도 오르면 평소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10% 이상 낮아진다. 기관지와 찬 공기 간 접촉을 차단하는 마스크도 중요하다. 간혹 안경 쓴 학생들이 렌즈 김 서림 때문에 마스크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엔 김 서림 방지 마스크도 나와있으니 반드시 착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회복력을 높이는 비타민C의 꾸준한 섭취, 호호 불어가며 먹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권한다.
음식도 신경 써야 한다. 황 과장은 “음식물 섭취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부분은 먹고 싶은 걸 먹되, 절대로 배부르지 않게 먹는 것”이라며 “특히 부모들이 수능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라며 권할 때가 있는데,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선 체하거나 소화 불량을 일으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했다. 식사를 한 후엔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도 조언했다.
- (사진 왼쪽부터) 황희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장,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평소대로 잠자리에 들어야
수면 시간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평상시와 같은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 과장은 “대부분의 수험생이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음 날 뇌 활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수면 시간을 평소대로 유지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는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긴다는 건 심리 상태가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 수면 시간도 마찬가지다.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은 될 수 있으면 삼가야 한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 경우에도, 불을 끄고 눈 꼭 감은 채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길 권한다. 완전한 수면은 아니더라도, 80~90%의 수면 효과가 있다. 그리고 수면 외 다른 활동에서도 변화를 최소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심리적 불안 극복을 위해선…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의 부담감은 극심해진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벗어나기 위해선 수능 목표 설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은 “수험생의 목표가 ‘수능 성공’이냐 ‘수능 경험’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수능 성공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실수는 용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목표를 가진 수험생 입장에선 실수가 곧 실패를 의미한다. 마음속으로는 성공을 희망해도, 이면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심리적 압박감은 시험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수능 경험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시험 당일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부담감은 생각보다 덜하다. 목표 자체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선의 효과를 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목표만 달라져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생각의 전환도 불안감을 더는 데 효과적이다. 오 원장은 “예를 들면 국어 시험이 어렵게 출제됐을 때, ‘나만 어렵다고 느끼는 걸까’하는 것보다 ‘내가 어렵게 느껴지면 남들도 어려울 것이다’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경우엔 육성으로 내뱉어 보길 권한다. 꾸준히 하다 보면 서서히 각인된다. 마음가짐만 달라져도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손 원장은 “부모들은 자녀와의 대화가 필수다. 자녀가 시험에 대한 부담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면, 그 압박감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속마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편안한 대화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대화를 통한 공감은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격려와 응원도 함께 이뤄지면 더 좋다”고 했다.
오 원장은 “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심기를 아예 건드리지 않으려고 말을 섞지 않거나 눈치만 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자녀를 더 불편하게 만든다. 부모가 떨면 자녀도 떤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주지시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