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 담기 위해서라도 활동을 가능한 많이 하려는 게 요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탄탄한 내신에 화려한 수상 내역과 활동을 갖추고 있고, 성공적인 연구까지 갖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엄친아, 엄친딸’들의 사례가 넘치는 것만 같다. 특히 미디어와 입소문에서 말이다.
자, 다시 그럼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우리 아이들은? 학생이라면 자기 자신은? 그렇게 성공적인 학생부 기재를 해냈을 수도 있겠지만, 아닐 확률이 아무래도 더 많을 거 같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학생부를 가지고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관건이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평상시 강연을 통해 자기소개서의 커다란 맥락을 전할 때는 실패 경험을 굳이 너무 자세히 드러내지 말라고 한다. 약한 모습을 부러 보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실패 경험이 더 멋진 글로 표현될 수도 있다. 전제 조건이 ‘발전’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다시 말해, 실패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냥 실패했다는 상태로 남아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실패를 통해서 자기 자신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는 것을 서술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보자. 실제 교내 창의경진대회에 참석했지만 수상에 실패했던 경험을 가진 한 학생이 있었다. 이 친구는 자기소개서에 이 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자세히 기술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통해 자신이 ‘배우고 느낀 점’을 잘 풀어서 썼다. 결론적으로 실패의 경험이 이와 유사한 다른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내용을 마무리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창의경진대회에 참석했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험은 제게 발상의 전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융합’이라는 주제로 제출했던 창의대회에서 저는 음악의 반복과 수학의 수열에서의 공통점을 찾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적인 특징보다는 수학에만 초점을 맞추어 제대로 융합이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제가 수열을 통해 설명하기에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우수작들을 전시해놓은 부스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보고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하나의 관점으로만 보는 전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 노트를 작성했습니다. 처음엔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던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은 아이디어 노트 빼곡히 저만의 창의적 사고가 쓰여 있습니다.’
때로는 실패의 경험이 더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한 그 실패가 정말 값졌었고 의미가 있었다면 잘 활용해보자. 오히려 실패와 반성을 통한 발전이 현실적으로 전해져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그 과정이 위의 예시처럼 가능한 상세하길 바란다. 막연히 ‘반성했다, 바꾸기로 했다’ 로만 그 경험을 표현하는 것은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