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 속 단어 대부분이 한자어학습하면서 우리말 이해력 높여
어떤 학생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을 것인가는 보통 현재 성적과 학습 진도에 따라 판단한다. 그러나 필자가 이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판단 기준은 바로 '학생의 독서 능력'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초·중학교 때보다 공부량이 훨씬 많아지는데, 이때 글자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속도가 곧 공부 속도의 차이를 불러온다. 즉 독서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더 빠르게, 많은 양을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모든 교사와 학습 전문가들이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아이의 독서 능력을 무시한 채 학년별 추천 도서를 읽게 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학생 추천도서를 검색해 보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무정(이광수)' 등이 나오며 고등학생 추천도서로는 '감시와 처벌(푸코)' '주역' 등이 나오는데, 이러한 책 가운데는 중·고교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게 많아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태어난 요즘 학생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어 추천도서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우리가 '고전' 혹은 '명저'라고 부르는 좋은 책 대부분은 '선행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추천도서 목록을 가지고 억지로 독서를 시키려고 하면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이해 못 할 책을 억지로 읽다가 점점 책 읽기에 공포가 생겨서 독서 자체를 싫어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국어 내신성적이 아주 좋다가 고등학교 진학 후 모의고사 국어영역에서 4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는 학생 중에 이런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재미있게 책을 읽으면서 국어 실력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필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를 권한다. 지난 21일(토) 올해 첫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전국에서 치러졌는데, 이 시험이 독서능력과 어휘력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설민석·최태성 등 스타강사 덕분에 한국사를 친근하게 여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사건이 얽힌 한국사 강의를 들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면서 한국사(역사)를 재미있게 다룬 책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이러한 역사 관련 책에 나오는 주요 단어는 대부분 한자어다. 역사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자어로 이루어진 우리말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다.
독서 능력과 어휘력을 키우면서 '급수'를 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요즘 학생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의 하나는 '레벨 업(level up)' 하는 재미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초급(5·6급)부터 시작해 공부하면서 고급(1·2급)까지 올라갈 수 있다. 아이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레벨을 높일 때마다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면 한국사 공부, 더불어 관련 독서에도 더욱 재미를 붙일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질 때, 한 달에 한두 번 함께 서점에 가서 다른 분야의 책도 추천하며 관심 분야를 넓힌다면 앞으로의 학습 능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