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대본, 영화 시나리오 보듯 읽으며 어휘나 표현 숙지
‘듣기’는 수능 영어 45문항 중 17문항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점수 비중도 100점 중 37점으로 적지 않다. 하위권(5등급 이하) 학생들이 가장 빨리 등급 점프를 이룰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내년 절대평가 전환을 앞두고 마지막 상대평가 체제로 치러지면서 ‘난도 하락’ ‘등급컷 상승’ 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6·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는 원점수 기준 1등급 컷 100점을 기록했지만 본 수능에서 94점으로 난도가 급격히 하락되는 등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다. ‘빈칸 추론’ ‘간접쓰기’와 같은 고난도 문항에 EBS 교재 지문을 조금씩 변형한 문제들이 등장해 수험생 체감 난도(難度)도 요동쳤다.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73.3%로 전 영역 중 가장 높았지만, 변형된 지문에 수험생들이 당황하면서 체감 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능 막판 100일여를 앞두고 확실하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직 교사에게 들었다.
◇고난도 ‘빈칸 추론’ 빈칸 내용은 한글로 생각한 뒤 답 찾아야
영어 듣기 문항에서 자주 실수한다면 듣기 대본을 정독하는 것이 실력 향상의 열쇠다. 오세종 계산고 교사가 제안하는 학습 전략은 영어 대본을 활용한 ‘시나리오 학습법’이다. 듣기 대본을 짤막한 영화 각본이라 여기고 정독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놓친 어휘나 표현 등을 숙지하는 학습법이다.
오 교사는 “문제를 맞혔다고 넘어가지 말고 대본을 정독하면서 자신이 놓친 단어나 관용표현, 발음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영어 듣기 대본을 짧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스스로 동기유발이 된다”며 “듣기 연계교재의 경우 6·9월 모의평가와 수능에서 세트문항(16~17번)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문항이 연계된다. 유형편과 소재편, 실전모의고사를 꾸준히 반복해 듣되, 반드시 영어대본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듣기 교재 혹은 기출 문항을 활용해 본인이 취약한 유형을 듣는 연습과 17개 문항을 집중해서 듣는 ‘실전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원배 청원여고 교사가 강조하는 부분은 ‘받아쓰기’다. 이 교사는 “듣기도 대본이 변형될 수 있어 체감 연계율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수험생들은 단순히 EBS를 듣는 데에 만족하지 말고, dictation(받아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며 “메모를 필요로 하는 문제 유형에서는 대본 내용을 문제지에 꼼꼼히 메모해 오답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
대본을 따라 읽는 ‘섀도잉(Shadowing)’ 학습도 듣기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대본을 실제 듣기 속도로 읽어가면서 머릿속에서 대화 상황을 그려나가는 학습을 해야 한다. 틀린 문제와 혼동했던 문제는 음성파일을 들으며 따라 읽는 섀도잉(Shadowing) 연습이 효과적”이라며 “5등급 이하 학생들은 듣기에서 가장 빨리 영어 성적이 오를 수 있다. 듣기만 다 맞아도 1~2등급이 향상된다. 대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문항으로 출제되는 ‘빈칸 추론’ 유형은 ‘빈칸에 들어갈 내용은 지문에서 가장 핵심이 될 만한 키워드’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원배 교사는 “빈칸에 들어가는 단어는 그 지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는 어구로, 반드시 다른 형태로 반복 등장한다. 빈칸 주위에 숨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며 “빈칸 전후 부분이나 빈칸이 포함된 문장의 내용과 비슷한 내용의 문장에서 정답을 찾으면 쉽다. 머리보다 눈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종 교사는 “출제자는 절대로 글의 요지와 관련이 적은 어구를 빈칸으로 만들지 않는다. 빈칸에 들어갈 말을 우리말로 먼저 생각해본 후 영어로 제시된 선택지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선택지가 정답일 확률이 매우 높다”며 “만일 가장 핵심어인 빈칸에 들어갈 말이 우리말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직 글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