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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선행학습 해야돼? 말아야돼?

관리자 2015-11-03 조회수 3,835

    잘못된 선행 학습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선행 학습은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특히 수학은 과목 특성상 선행 학습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심화 학습과 선행 학습의 경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앞선 개념을 배우면 해당 학년의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부정 출발(?)을 일삼는 수학 공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교육 전문가와 엄마들이 느끼는 선행 학습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이가 큽니다.
    양날의 칼인 수학 선행 학습, 정말 밑져야 본전일까요?


    도움말 최수일 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이동흔 교사(서울 숭문고등학교,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박상훈 교사(서울 중산고등학교)정근창 원장(대구 범어더스쿨수학학원) 참고 도서 <학원 안 다니고 서울대 간 아이들이 말하는 공부와 맞짱뜨기>
    참고 자료 교육걱정없는세상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한국교육개발원 <2014 학교교육 내 선행 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

     

     

    선행 학습의 현실, 통계로 보다
    효과 불문, 안 하면 불안한 수학 선행 학습의 현실
    초·중·고생 10명 중 8명 이상은 선행 학습을 하는 게 수학 교육의 현실. 하지만 수학을 좋아하거나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은 수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강하게 줄 뿐,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멈출 줄 모르는 진도 경쟁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이성은(가명, 45·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아이가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1 수학을 배운다. 자연 계열 대학에 가려면 중학생 때 고교 이과 수학을 어느 정도 해둬야 고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 수학 선행 학습에 매진한다. 실제로 엄마들 사이에서는 초등 4학년 때 선행 학습을 시작해야 초등학생 때 중등 과정을, 중학생 때 고등 과정을 일정 수준 이상 마스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식처럼 돌고 있는 상황. 중등 입학 전중등 과정, 중학생 때 고등 과정을 공부하는 게 수학 공부의 정석이 되었다.
    외고에 다니는 2학년 딸을 둔 문해진(45·서울 강서구 염창동)씨는 "1년 정도 선행 학습을 하고 외고에 입학했는데, 수학 내신 성적을 생각하면 더 많이 시키지 않는 것이 후회가 된다. 실제 고교 수학 전 과정을 마치고 입학하는 아이들도 상당하다. 이런 학생들일수록 수학 성적이 뛰어난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 집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고 이야기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2014 학교교육 내 선행 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초등학생 때 84.1%인 선행 학습 비율은 중학교 87%, 고등학생 때는 89.5%로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선행 학습의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에서는 기본적인 내용만 배우는데 시험에는 심화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가 43.1%로 가장 많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에도 중3 학생들의 사교율 참여 비율은 74.2%에 달하고, 수학 과목만 조사했을 때는 80.7%로 더 높게 나타났다.

    자료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
    *고등수학 교육과정
    2007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1 때 수학 상·하의 공통 수학, 고2~3학년 인문 과정은 수학Ⅰ과 미적분과 통계 기본, 자연 과정은 수학Ⅰ과 미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배웠다. 그런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4년부터는 고1 때 수학Ⅰ과 수학Ⅱ, 고2~3학년 인문 과정은 미적분Ⅰ과 확률과 통계, 자연 과정은 미적분Ⅰ을 비롯해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배운다.
    '시험문제 어려워 선행 학습' 가장 많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수학교사모임이 공동으로 '서울 지역 14개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중간고사 시험문제의 난도'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학교에서 극상과 상 수준의 문제가 50%를 넘어섰다. 선행 학습을 하면 풀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문제가 여전한 것도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선택하게 하는 주원인인 셈이다. 수학 시험은 결국 시간 싸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
    고1, 중2 자녀를 둔 이경선(43·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학교 시험문제가 당황스러울 만큼 어렵다. 학교 수학 평균이 50점이니, 20~40점대 아이들이 수두룩한 거 아닌가. 대다수 아이들이 선행 학습을 했음에도 이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선행 학습이 단순히 문제 푸는 스킬을 키운다고 이야기하지만, 엄마들은 선행 학습을 했으니 이 정도 점수라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교 과정은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빠른 진도와 어려운 시험을 따라가기 힘들 뿐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최수일 대표는 "수학에서 선행 학습 효과가 확실한 것은 '수와 연산' '문자와 식' 영역이다. 실제 초등 교육과정에서는 수와 연산이 50%가 넘고, 중학교 역시 1학기에는 수와 연산, 문자와 식 영역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까지는 진도 빼기나 반복 학습을 통한 선행 학습의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기하, 함수나 확률 영역에서는 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의 초·중·고 3천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학 선행 학습 이해도' 결과에서 '대부분 이해한다' 가 40.4%인 데 반해 '절반만 이해한다' 와 '대부분·전혀 이해 못 한다' 도 25.6%, 9.2%로 나타났다(표3 참고). '대부분 이해한다' 고 대답한 40.4%를 자세히 보면 초등학생 56.1%, 중학생 36.4%인 반면 고등학생은 27.5%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만 이해' 혹은 '대부분·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고 대답한 고등학생은 43%로 평균인 9.2%의 5배에 가까웠다. 상당수 고등학생들이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 학습을 강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행 학습이 단순히 문제 푸는 스킬을 키운다고 이야기하지만, 엄마들은 선행 학습을 했으니 이 정도 점수라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교 과정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빠른 진도와 어려운 시험을 따라가기 힘들 뿐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학 선행 학습의 진실, 전문가에게 묻다
    선행 학습 소화 가능한 학생은 10%
    아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먼저

    선행 학습의 효과는 아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단정 짓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행 학습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게 학부모들의 마음. 선행 학습의 진실,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Q1 수학 선행 학습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뭐라 생각하나?
    이동흔 교사(서울 숭문고,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_수학 시험이 지나치게 어렵다. 교사가 달라져야 하는데, 대다수 수학 교사들이 여전히 기출 문제나 스킬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 선행 학습을 한 아이들에게 유리한 구조다. 실제 수학 평균이 40점인 학교들이 많은데, 이는 20~40점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맞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틀리도록 유도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아이들을 더 사교육에 빠져들게 한다. 선행 학습 문제를 떠나 교사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근창 원장(대구 범어더스쿨수학학원)_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초등 4학년 때 선행 학습을 시작하면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선행 학습을 시작할 때 정작 내 아이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는다. 선행 학습의 성공 사례만 부각됐을 뿐 선행 학습으로 오히려 수학을 포기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박상훈 교사(서울 중산고)_선행 학습의 효과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수학은 반복했을 때 처음보다 이해하고 내 것으로 습득하는 비율이 높은 과목임은 분명하다. 특히 학교에서 수학 진도가 빠르고,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도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원인인 것 같다.
    Q2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경우 수학 선행 학습 정도가 엄청나다.
    이 학생들과 경쟁하려면 당연히 선행 학습이 필요하지 않나.
    정 원장_부모들이 선행 학습을 하면서 특목고 아이들 예를 많이 든다. 그런데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학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진학 전에 중등 과정에 대한 개념, 심화, 고난도를 마치고 고1 수학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극히 일부다. 보통 아이들은 이 단계를 따라갈 수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내 아이가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에 갈 실력이라면 가능한 정도까지 선행 학습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수일 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_영재교육에서도 속진과 심화는 대립 개념으로 사용 한다. 심화는 선행의 개념이 아닌 사고력을 강화하는 깊이 있는 학습 방법이다. 보통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선행 학습과 더불어 심화 과정을 거쳐 실력을 다진다. 그러나 대다수는 심화 문제집이나 응용 문제집을 한두 번 풀어본 것이 전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행 학습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박 교사_실제 선행 학습을 한 학생이 성적이 좋다고 이야기한 경우는 선행 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선행 학습을 했다고 하지만 이해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아이들도 상당하다. 한 번 훑었다는 개념의 선행 학습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Q3 수학 과목의 특성상, 선행 학습을 하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이 선행 학습의 효과가 길어야 고1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뭔가.
    최 대표_고1까지는 중학교와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해 선행 학습으로 내신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의 기하 영역이나,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이후 수학의 70%를 차지하는 함수와 확률 영역은 선행 학습의 영향보다는 본인의 사고력에 좌우된다. 선행 학습을 통해 상위 개념을 끌어다가 시간을 단축해서 풀 수 있는 영역은 대부분 '수와 연산' '문자와 식' 영역이다. 설령 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으로 내신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사고력이 필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정 원장_상위 학년의 개념으로 쉽게 풀리는 문제가 분명 있다. 하지만 상위 학년이 되었을 때 그 개념을 넘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끌어올 상위 개념이 없을 때 좌절하기 쉽다.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고1 이상이 되면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고력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풀어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
    Q4 요즘은 엄마들도 선행 학습을 단순 진도 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심화 과정을 거쳐서 선행 학습을 진행한다. 그럼에도 수학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뭔가.
    박 교사_한 반에서 평균 70% 학생들이 선행 학습을 하는 것 같다. 그중 30%는 제대로 개념이 잡혔다고 보지만, 40%는 한 번 훑어본 정도라는 인상을 받는다. 40% 학생 중에 선행 학습을 했다고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심화 과정을 거치고 선행 학습을 했다고 하지만 개인차가 크다. 특히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은 그 차이가 크다.
    정 원장_우물을 파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동일한 능력을 갖춘 두 학생에게 우물을 파서 일급수를 마시라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보자. 한 명은 한자리를 깊게 파 내려가는 반면, 다른 한 명은 두 곳을 같이 파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한곳을 집중해서 깊게 판 학생은 시원한 물을 마신 뒤 힘을 얻어 두 번째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곳을 판 학생은 물을 마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지쳐 포기하기 쉽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최 대표_보통 아이들을 기준으로 2~3년 선행 학습을 하면서 심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 풀이 능력은 길러질 수 있지만, 개념적인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심화 과정을 거쳤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 경우 아이의 빈 구멍을 찾아 메우는 노력이 시급하다.
    이 교사_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으로 다져진 아이들은 유형화된 문제에 효과가 있지만, 분석이 필요하거나 개념을 활용한 문제는 어려워한다. 특히 어설픈 선행 학습을 한 학생일수록 교실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멍하니 교실 바닥만 보는 아이들이 많다. 수학 성적이 어떻게 오를 수 있겠나.
    Q5 현실적으로 선행 학습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현명한 선행 학습 방법은?

    정 원장_내 아이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과도한 선행 학습을 하는 학생들 상당수는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다. 솔직히 선행 학습을 소화해낼 수 있는 아이들은 10%가넘지 않는다. 수학은 알다시피 위계성 학문이다. 초등 과정은 중등 과정의 기본이고, 중등 과정은 고등 과정의 기본이 된다. 즉 중등 과정을 대충 하면서 고등 과정을 했다고 성적이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현재 실력을 냉정하게 살펴본 뒤 선행 학습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 교사_한 번도 보지 않은 개념보다 한 번 접한 개념이 쉽게 다가올 수 있다. 아이의 능력이 따라준다면 선행 학습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단 선행 학습을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하위학년에서 개념을 찾아 기본을 다지는 것이 좋다. 심화 과정까지 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내 것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반복해서 사고해야 한다.
    최 대표_개념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 식 선행 학습은 사고력을 떨어뜨린다. 6~12개월이 넘지 않는 선행 학습을 토대로 현 과정을 깊이 있게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미즈내일 게재 

    수학 선행학습 해야돼? 말아야돼?

    관리자 2015-11-03 조회수 3,836

      잘못된 선행 학습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선행 학습은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특히 수학은 과목 특성상 선행 학습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심화 학습과 선행 학습의 경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앞선 개념을 배우면 해당 학년의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부정 출발(?)을 일삼는 수학 공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교육 전문가와 엄마들이 느끼는 선행 학습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이가 큽니다.
      양날의 칼인 수학 선행 학습, 정말 밑져야 본전일까요?


      도움말 최수일 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이동흔 교사(서울 숭문고등학교,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박상훈 교사(서울 중산고등학교)정근창 원장(대구 범어더스쿨수학학원) 참고 도서 <학원 안 다니고 서울대 간 아이들이 말하는 공부와 맞짱뜨기>
      참고 자료 교육걱정없는세상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한국교육개발원 <2014 학교교육 내 선행 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

       

       

      선행 학습의 현실, 통계로 보다
      효과 불문, 안 하면 불안한 수학 선행 학습의 현실
      초·중·고생 10명 중 8명 이상은 선행 학습을 하는 게 수학 교육의 현실. 하지만 수학을 좋아하거나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은 수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강하게 줄 뿐,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멈출 줄 모르는 진도 경쟁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이성은(가명, 45·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아이가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1 수학을 배운다. 자연 계열 대학에 가려면 중학생 때 고교 이과 수학을 어느 정도 해둬야 고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 수학 선행 학습에 매진한다. 실제로 엄마들 사이에서는 초등 4학년 때 선행 학습을 시작해야 초등학생 때 중등 과정을, 중학생 때 고등 과정을 일정 수준 이상 마스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식처럼 돌고 있는 상황. 중등 입학 전중등 과정, 중학생 때 고등 과정을 공부하는 게 수학 공부의 정석이 되었다.
      외고에 다니는 2학년 딸을 둔 문해진(45·서울 강서구 염창동)씨는 "1년 정도 선행 학습을 하고 외고에 입학했는데, 수학 내신 성적을 생각하면 더 많이 시키지 않는 것이 후회가 된다. 실제 고교 수학 전 과정을 마치고 입학하는 아이들도 상당하다. 이런 학생들일수록 수학 성적이 뛰어난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 집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고 이야기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2014 학교교육 내 선행 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초등학생 때 84.1%인 선행 학습 비율은 중학교 87%, 고등학생 때는 89.5%로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선행 학습의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에서는 기본적인 내용만 배우는데 시험에는 심화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가 43.1%로 가장 많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에도 중3 학생들의 사교율 참여 비율은 74.2%에 달하고, 수학 과목만 조사했을 때는 80.7%로 더 높게 나타났다.

      자료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
      *고등수학 교육과정
      2007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1 때 수학 상·하의 공통 수학, 고2~3학년 인문 과정은 수학Ⅰ과 미적분과 통계 기본, 자연 과정은 수학Ⅰ과 미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배웠다. 그런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4년부터는 고1 때 수학Ⅰ과 수학Ⅱ, 고2~3학년 인문 과정은 미적분Ⅰ과 확률과 통계, 자연 과정은 미적분Ⅰ을 비롯해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배운다.
      '시험문제 어려워 선행 학습' 가장 많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수학교사모임이 공동으로 '서울 지역 14개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중간고사 시험문제의 난도'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학교에서 극상과 상 수준의 문제가 50%를 넘어섰다. 선행 학습을 하면 풀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문제가 여전한 것도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선택하게 하는 주원인인 셈이다. 수학 시험은 결국 시간 싸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
      고1, 중2 자녀를 둔 이경선(43·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학교 시험문제가 당황스러울 만큼 어렵다. 학교 수학 평균이 50점이니, 20~40점대 아이들이 수두룩한 거 아닌가. 대다수 아이들이 선행 학습을 했음에도 이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선행 학습이 단순히 문제 푸는 스킬을 키운다고 이야기하지만, 엄마들은 선행 학습을 했으니 이 정도 점수라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교 과정은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빠른 진도와 어려운 시험을 따라가기 힘들 뿐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최수일 대표는 "수학에서 선행 학습 효과가 확실한 것은 '수와 연산' '문자와 식' 영역이다. 실제 초등 교육과정에서는 수와 연산이 50%가 넘고, 중학교 역시 1학기에는 수와 연산, 문자와 식 영역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까지는 진도 빼기나 반복 학습을 통한 선행 학습의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기하, 함수나 확률 영역에서는 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의 초·중·고 3천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학 선행 학습 이해도' 결과에서 '대부분 이해한다' 가 40.4%인 데 반해 '절반만 이해한다' 와 '대부분·전혀 이해 못 한다' 도 25.6%, 9.2%로 나타났다(표3 참고). '대부분 이해한다' 고 대답한 40.4%를 자세히 보면 초등학생 56.1%, 중학생 36.4%인 반면 고등학생은 27.5%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만 이해' 혹은 '대부분·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고 대답한 고등학생은 43%로 평균인 9.2%의 5배에 가까웠다. 상당수 고등학생들이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 학습을 강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행 학습이 단순히 문제 푸는 스킬을 키운다고 이야기하지만, 엄마들은 선행 학습을 했으니 이 정도 점수라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교 과정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빠른 진도와 어려운 시험을 따라가기 힘들 뿐 아니라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학 선행 학습의 진실, 전문가에게 묻다
      선행 학습 소화 가능한 학생은 10%
      아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먼저

      선행 학습의 효과는 아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단정 짓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행 학습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게 학부모들의 마음. 선행 학습의 진실,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Q1 수학 선행 학습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뭐라 생각하나?
      이동흔 교사(서울 숭문고,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_수학 시험이 지나치게 어렵다. 교사가 달라져야 하는데, 대다수 수학 교사들이 여전히 기출 문제나 스킬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 선행 학습을 한 아이들에게 유리한 구조다. 실제 수학 평균이 40점인 학교들이 많은데, 이는 20~40점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맞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틀리도록 유도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아이들을 더 사교육에 빠져들게 한다. 선행 학습 문제를 떠나 교사들이 바뀌어야 한다.
      정근창 원장(대구 범어더스쿨수학학원)_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초등 4학년 때 선행 학습을 시작하면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선행 학습을 시작할 때 정작 내 아이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는다. 선행 학습의 성공 사례만 부각됐을 뿐 선행 학습으로 오히려 수학을 포기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박상훈 교사(서울 중산고)_선행 학습의 효과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수학은 반복했을 때 처음보다 이해하고 내 것으로 습득하는 비율이 높은 과목임은 분명하다. 특히 학교에서 수학 진도가 빠르고,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도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원인인 것 같다.
      Q2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경우 수학 선행 학습 정도가 엄청나다.
      이 학생들과 경쟁하려면 당연히 선행 학습이 필요하지 않나.
      정 원장_부모들이 선행 학습을 하면서 특목고 아이들 예를 많이 든다. 그런데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학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진학 전에 중등 과정에 대한 개념, 심화, 고난도를 마치고 고1 수학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극히 일부다. 보통 아이들은 이 단계를 따라갈 수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내 아이가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에 갈 실력이라면 가능한 정도까지 선행 학습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최수일 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_영재교육에서도 속진과 심화는 대립 개념으로 사용 한다. 심화는 선행의 개념이 아닌 사고력을 강화하는 깊이 있는 학습 방법이다. 보통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선행 학습과 더불어 심화 과정을 거쳐 실력을 다진다. 그러나 대다수는 심화 문제집이나 응용 문제집을 한두 번 풀어본 것이 전부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행 학습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박 교사_실제 선행 학습을 한 학생이 성적이 좋다고 이야기한 경우는 선행 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선행 학습을 했다고 하지만 이해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아이들도 상당하다. 한 번 훑었다는 개념의 선행 학습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Q3 수학 과목의 특성상, 선행 학습을 하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이 선행 학습의 효과가 길어야 고1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뭔가.
      최 대표_고1까지는 중학교와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해 선행 학습으로 내신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의 기하 영역이나,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이후 수학의 70%를 차지하는 함수와 확률 영역은 선행 학습의 영향보다는 본인의 사고력에 좌우된다. 선행 학습을 통해 상위 개념을 끌어다가 시간을 단축해서 풀 수 있는 영역은 대부분 '수와 연산' '문자와 식' 영역이다. 설령 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으로 내신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사고력이 필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정 원장_상위 학년의 개념으로 쉽게 풀리는 문제가 분명 있다. 하지만 상위 학년이 되었을 때 그 개념을 넘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끌어올 상위 개념이 없을 때 좌절하기 쉽다.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고1 이상이 되면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고력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풀어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한다.
      Q4 요즘은 엄마들도 선행 학습을 단순 진도 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심화 과정을 거쳐서 선행 학습을 진행한다. 그럼에도 수학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뭔가.
      박 교사_한 반에서 평균 70% 학생들이 선행 학습을 하는 것 같다. 그중 30%는 제대로 개념이 잡혔다고 보지만, 40%는 한 번 훑어본 정도라는 인상을 받는다. 40% 학생 중에 선행 학습을 했다고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심화 과정을 거치고 선행 학습을 했다고 하지만 개인차가 크다. 특히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은 그 차이가 크다.
      정 원장_우물을 파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동일한 능력을 갖춘 두 학생에게 우물을 파서 일급수를 마시라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보자. 한 명은 한자리를 깊게 파 내려가는 반면, 다른 한 명은 두 곳을 같이 파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한곳을 집중해서 깊게 판 학생은 시원한 물을 마신 뒤 힘을 얻어 두 번째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곳을 판 학생은 물을 마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지쳐 포기하기 쉽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최 대표_보통 아이들을 기준으로 2~3년 선행 학습을 하면서 심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 풀이 능력은 길러질 수 있지만, 개념적인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심화 과정을 거쳤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 경우 아이의 빈 구멍을 찾아 메우는 노력이 시급하다.
      이 교사_진도 빼기 식 선행 학습으로 다져진 아이들은 유형화된 문제에 효과가 있지만, 분석이 필요하거나 개념을 활용한 문제는 어려워한다. 특히 어설픈 선행 학습을 한 학생일수록 교실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멍하니 교실 바닥만 보는 아이들이 많다. 수학 성적이 어떻게 오를 수 있겠나.
      Q5 현실적으로 선행 학습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현명한 선행 학습 방법은?

      정 원장_내 아이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과도한 선행 학습을 하는 학생들 상당수는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다. 솔직히 선행 학습을 소화해낼 수 있는 아이들은 10%가넘지 않는다. 수학은 알다시피 위계성 학문이다. 초등 과정은 중등 과정의 기본이고, 중등 과정은 고등 과정의 기본이 된다. 즉 중등 과정을 대충 하면서 고등 과정을 했다고 성적이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현재 실력을 냉정하게 살펴본 뒤 선행 학습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 교사_한 번도 보지 않은 개념보다 한 번 접한 개념이 쉽게 다가올 수 있다. 아이의 능력이 따라준다면 선행 학습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단 선행 학습을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하위학년에서 개념을 찾아 기본을 다지는 것이 좋다. 심화 과정까지 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내 것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반복해서 사고해야 한다.
      최 대표_개념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 식 선행 학습은 사고력을 떨어뜨린다. 6~12개월이 넘지 않는 선행 학습을 토대로 현 과정을 깊이 있게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미즈내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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